주체롭게 _ 박천욱, 2016

<주체롭게>는 작품이 표현 수단으로 대체되지 않으며, 시각언어로써 자립 가능하게 하기 위한 시도이다. 사회적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작품, 어떤 환경과 공간에서도 독립적인 작품, 그 작품이 선행적으로 말과 내용과 의미를 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다. 작품에 대하여 말하려 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것을 말로 보여주려 하는 닿을 수 없는 시도에 불과하다. 이에, 말들로 대체하기 어려운 작품을 바라보는 새로운 태도에 관한 일련의 실험을 하고자한다. <주체롭게>의 형이상학적인 형태들은 길게 서술되는 말들보다는 의성어, 의태어와 비슷할 것이다. 따라서 이해하는 것보다는 즉각적인 반응이 더 중요하다. 작품은 의미를 담기에 부족한 형태이거나 우월한 형태일수 있고, 보여주려 하는 것은 보는 이의 능력에 많은 부분 달려있다. 이 작품들의 경우 겉의 멋에 좀 더 집중해야한다. 의미는 미약하고 생각은 불안한데 작품에 의미를 담는 일은 단순히 개개인이 가치의 차등을 두기위한 수단일 수 있다. 이 작품을 바라볼 때에는 작품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용기가 필요하다. 작품의 의도와 해석에 관한 구구절절함 대신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자체를 바라봄으로써 작가가 구현하려하는 작품이 성공적으로 표현되고 있는가와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. 내용과 의미를 말하지 않지만, 작가가 작품의 형태를 계획하고 그것에 가장 근접하게 표현하는 조형성을 구축하는 과정을 통해 작품의 주체성을 뒷받침하도록 돕는다. <주체롭게>는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지만, 알고 쓰는 모순에는 이유가 있다.

박천욱(작가)